알림마당 청소년·청년근로권익센터의 소식을 전합니다.

    보도자료

      2018.07.20_[국민일보] 고교 통합사회·과학 교실 가보니… 알바 계약서 써보고 ‘노동권’ 집단토론
      • 작성일2018/07/23 10:47
      • 조회 5,037

      고교 통합사회·과학 교실 가보니… 알바 계약서 써보고 ‘노동권’ 집단토론

      새 교육과정 현장을 가다 (하)

      입력 : 2018-07-20 04:04/수정 : 2018-07-22 17:24

      고교 통합사회·과학 교실 가보니… 알바 계약서 써보고 ‘노동권’ 집단토론 기사의 사진

      충북 진천 서전고 1학년 학생들이 통합사회 수업 시간에 청소년 노동권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진천 서전고 통합사회 수업
      “청소년 권익센터 전화번호는?” 폰으로 퀴즈 맞히며 참여수업… 알바 노동권 집단토론도

      서울 명덕고 통합과학 수업
      염기서열 암호문 한글 번역 대결… 유전정보·단백질 생성 이해 도와
      “협력 통해 師弟가 함께 배워요”


      ‘청소년 근로 권익센터 번호는?’ 퀴즈가 나오자 휴대전화를 쥔 학생들 손가락이 바빠졌다. 퀴즈 아래에는 15○○-15XX, 1389, 1644-3119, 119 등 보기 4개가 주어졌다. 교사는 “여러분이 아르바이트하다 억울한 일 당했을 때 전화하는 곳” “15○○은 대리운전이고”(학생들 웃음) 등 힌트를 날렸다. 얼마 시간이 지나자 교실 앞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19명 가운데 18명이 정답 1644-3119를 골랐다는 메시지가 떴다.

      ‘15세 이상 18세 미만인 자의 근로 시간을 연장할 경우 최대 1일 몇 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는가’ 등 퀴즈가 계속 이어졌다. 1등 상품으로 초콜릿바 하나가 걸렸을 뿐인데 학생들은 숨을 죽이고 퀴즈가 나오는 교실 앞 스크린에 눈을 고정했다.

      교실에서 써보는 근로계약서

      지난달 26일 충북 진천군 서전고의 통합사회 수업에서 있었던 퀴즈 게임 모습이다. 수업에는 게임 기반 교육 애플리케이션인 카훗(Kahoot!)이 활용됐다. 교사가 모니터에 문제를 띄우면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정답을 맞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정답을 빨리 맞힐수록 포인트가 많고 실시간으로 순위도 공개되기 때문에 교실에서 퀴즈쇼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학생들은 4, 5교시를 통합해 청소년 노동권을 공부하고 있었다. 통합사회는 교육과정 개편으로 올해 처음 도입된 과목이다. 사회 교과 과목들을 융합해 문·이과 구분 없이 가르친다는 개념이다. 교육부는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수업에선 아르바이트 부당대우와 관련한 뉴스와 근로계약서 관련 영상물 시청, 퀴즈 게임, 집단 토론·발표 등이 이어졌다.

      아르바이트 경험을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한 학생이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면서 “퐁퐁(주방세제)을 너무 많이 써서 하루 만에 나왔어요”라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교사가 “앞으로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될 거야. 잘 들어두면 도움될 거야”라고 말하자 아이들 얼굴에 장난기가 줄었다.

      교사는 집단 토론에 가장 공을 들였다. 학생 네댓명이 한 모둠을 이루고 그 가운데 한 명을 호스트로 뽑는다. 나머지는 게스트다. 호스트는 각 모둠에 고정 배치돼 담당하는 주제 토의를 이끈다. 게스트는 다른 모둠을 돌면서 모둠별로 할당된 주제에 대해 얘기한다. 이렇게 모인 토론 내용은 호스트가 도화지에 정리해 발표한다.

      학생 19명이 4개 모둠으로 편성됐다. 그리고 ‘청소년의 노동권이 침해받는 이유는’ ‘노동권이 침해받는다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 ‘청소년의 노동권을 특별히 보호하는 까닭은’ ‘청소년 노동권 침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등 주제가 할당됐다. 채나미 교사는 5∼10분 단위로 게스트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채 교사는 “시간에 맞춰서 말하고 토론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게스트들이 모둠을 회전할 때마다 호스트가 정리하는 도화지 내용이 풍성해졌다. 청소년 노동권을 보호하는 이유를 담당하는 모둠은 ‘미성년자라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아서’ ‘노동 관련 법들을 몰라서’ 등으로 생각이 가지를 뻗어갔다. 노동권이 침해받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노동권을 침해받았던 청소년이 나중에 다시 청소년 노동권을 침해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불매운동이 벌어져 (해당 업체는) 폐업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작성하는 가상(假想) 근로계약서는 충실해 보였다. 아이스크림 업체, 워터파크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가정하고 계약기간, 근무장소, 업무내용, 근로시간, 임금, 임금지급일 등을 꼼꼼하게 썼다. 윤모군은 “중학교 자유학기 때 접해본 수업 방식이어서 낯설지 않았다. 고교에선 정보량도 많고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채 교사는 “(토론식 수업이 진행된) 지난 한 학기 동안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얘기하도록 훈련한 건 적지 않은 성과”라면서 “토론식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수업 내용과 학생 특성에 따라 강의식과 토론식, 체험식이 적절히 조합돼야 하는데 교사들의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물 시간에 해보는 암호해독 배틀

      이튿날인 27일 찾은 서울 강서구의 명덕고에서는 통합과학 수업에서 생명시스템을 공부하고 있었다. DNA, RNA, 리보솜 등 어려운 용어가 많아 학생들이 까다롭게 여기는 부분이었다.

      통합과학 담당인 한마음 교사는 DNA를 구성하는 A, G, C, T 네 종류의 염기를 활용해 암호를 해독하는 게임을 준비했다. 기본 개념은 앞선 수업에서 학습했으며 게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교사가 한 번 더 요약해 설명했다. 한 교사는 A G C T 네 종류의 알파벳(염기)을 3개씩 조합해 이를 한글 자음과 모음에 대응시켜 구성한 암호표를 나눠줬다. “암호를 만들고 푸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DNA의 유전 정보가 RNA로 전달되고 아미노산이 결합한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암호표의 UUU는 ‘ㅍ’이고 AAU는 ‘ㅏ’, UCU는 ‘ㄹ’, ‘AGA’는 ‘ㅇ’이다. 이를 UUU AAU UCU AAU AGA로 연결한 암호문을 만들면 ‘파랑’으로 해독된다. 학생들은 2인 1조로 암호문을 만들어 누가 빠르고 정확하게 해독하는지 시합을 벌였다.

      한 학생이 유전 정보를 읽으면 다른 학생이 이를 한글로 번역한다. 예를 들어 다른 조에서 건너온 암호문에서 UUU라는 유전 정보를 읽어주면 다른 학생이 암호표에서 UUU와 대응하는 ‘ㅍ’을 찾아준다. 암호문에 AAU가 있다면 암호표에서 ‘ㅏ’를 찾아 ‘파’를 만든다. 학생 대부분은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꿀잼을 찾아보자” “한글은 24개의 자음과 모음으로 이뤄져 있다” 등 완성된 문장을 암호로 만들고 해독하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에너지 ㄴㄹ 효소 이게 뭘까”처럼 암호를 잘못 만든 조도 나왔다. 한 교사는 기다렸다는 듯 “우리 몸이 이런 식이에요. 유전 암호를 우리 몸에서는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해석해서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하나만 잘못되어도 오늘 수업에서 해석이 안 되는 문장이 나오듯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잘못된다면) 몸에서도 돌연변이가 생겨나게 됩니다”고 설명했다.

      수업을 참관한 명덕고 이세연(통합과학 교과서 저자) 교사는 “암호문을 낼 때도, 다른 학생이 만든 암호문을 풀 때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는 교실이 아닌 교사와 학생이 함께 배워나가는 점이 새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진천=글·사진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82812&code=11131300&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