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간은 무임금이라고?…막무가내 고용주에 눈물 흘리는 청년 알바들

[추적스토리-甲甲한 직장⑧-ⓑ] ‘계약서 사각지대’ 성남지역 청년 알바들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할 때 수습 기간이 있었는데 그게 원래 무임금이라고 하더라. 내 기억에는 40시간, 1주일 정도 돈을 안받고 일했다. 청소부터 시작해 엄청 부려먹었다. 10대였으니까 일 시켜준다고 해서 그냥 일했다. 왜 돈을 안 주냐고 물어봤지만 원래 이런 게 맞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땐 아는 게 없었으니까. 고1 때였다. 수습은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리고 40시간 동안은 돈을 안 받겠다는 서약서 같은 것까지 쓰게 했다.”

고교 1학년 때 패스트푸드점에서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했던 20대 남성 A씨는 사업주의 부당한 근로계약서 작성 요구에도 말 못하고 따라야 했던 당시를 이같이 회고했다.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 학교’와 성남시청소년재단 및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아름다운재단의 후원을 받아 2015년 6~11월 조사해 발표한 ‘(경기 성남 지역) 생계형 청년 알바의 일과 삶에 대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담긴 생계형 청년 알바의 근로 환경은 열악했다.

기본적인 근로계약서 작성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A씨처럼 부당한 조건의 근로계약서 작성을 강요당하기도 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알바생들은 기본이 지켜지는 일터에서 일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벤트뷔페 수습직원으로 일한 10대 남성 B씨는 “근로계약서가 꼭 작성돼야 한다”며 “면접 볼 때는 항상 바로 쓸 거라고 말을 하면서 일을 시작하고 근로계약서를 써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이어 “근로계약서에는 알바생의 권리가 보장되는 항목이 많을 것 아니냐”며 “부당한 일을 당해 항의해야 할 때 타당한 근거가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8년 대한민국 청년 알바들은 좀더 나아진 환경에서 일하고 있을까.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청년 알바들은 여전히 근로기준법에 대한 낮은 인식과 고용주의 지위에 눌려 노동자로서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여가부는 지난 1월29일부터 2월2일까지 전국 25개 지역(478개 업소)에서 ‘청소년 근로권익 보호를 위한 관계기관 합동점검’을 실시한 결과, 노동법규 위반업소 211건, 청소년보호법 위반 16건 등 총 227건의 위반사례를 적발했다고 지난 3월 밝혔다.

노동법규 위반 사례 211건 중에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내용을 누락 또는 잘못된 내용을 계약서에 적시하는 경우가 110건(52.1%)으로 가장 많았다. 업주가 계약서를 갱신할 때 개정된 법령 등의 내용을 반영해 작성하지 않거나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에도 법령 미숙지로 근로시간, 휴게시간, 휴일‧휴가 지급, 수당지급 등 근로조건을 일부 누락해 적시하는 빈도가 높았다.

고용주는 성인과 청소년 등 모든 근로자에게 근로조건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교부해야 한다. 작성 시 임금, 근로시간, 휴일 등의 주요 근로 조건들이 명시돼 있어야 하며 작성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알바를 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청소년들은 여가부 ‘청소년근로보호센터’나 고용부 ‘청소년근로권익센터’에 전화해 무료상담과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공동기획> 세계일보·직장갑질 119